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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삼탕에 뒷북…쏟아지는 의원 입법

입력 : 2014-11-16 19:19:15 수정 : 2014-11-16 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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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내빈 의원 입법
건수 올리려 마구잡이 법안 발의
시행 이후 불과 한 달 반이 지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과 관련해 벌써 4건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이동통신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업자의 지원금을 따로 명시하는 분리공시제 도입이나 보조금 상한 폐지, 요금인가제 폐지 등이 골자다.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여야 의원 4명 모두 개정안에 적은 제안이유를 통해 “현행 단통법이 당초의 입법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에는 안전 관련 법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불과 2주 새 여야 의원이 30여건을 앞다퉈 내놓았다. 승객에 대한 선장·선원의 안전조치를 의무화하거나 운항관리자의 안전감독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 해상 규정에 대한 법안이 15건이나 됐다.

의원 입법이 폭증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 입법은 16일 현재 1만1165건으로, 벌써 18대 국회 전체 건수(1만2220건)에 육박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파행 국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 한 상임위 회의실에 수북이 쌓인 법안을 한 직원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폭증하는 의원 입법, 가결률은 하락


19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벌써 18대 국회 전체 의원입법 건수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일보가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입법은 모두 1만1165건으로 집계됐다. 18대 국회 4년간 전체 의원입법 건수(1만2220건)에 55건 모자란 수치여서 이달 중 18대 국회 기록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19대 국회가 문을 연 지 2년 반 만이다.

반면 의원입법이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진 비율인 ‘가결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다. 16대와 17대 국회에서 각각 27%, 21.1%였던 의원입법 가결률은 18대 국회(13.6%)에서부터 10%대로 떨어졌다. 19대에서는 의원 입법안 1만1165건 중 1156건(10.4%)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의원입법이 엄청난 양적 성장만큼 실속은 차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뒷북, 겹치기 난무하고 로비 창구로 전락


의원들이 설익은 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대 회기가 시작된 이후 한달(2012년 6월)간 의원입법으로 제출된 법안은 372건으로 18대 같은 시기(65건)에 비해 6배나 높았다. 그런데 막상 제출된 법안의 3분의 2에 달하는 242건(66%)은 18대 때 이미 제출됐던 ‘재탕 법안’이었다.

의원 300명이 교통정리를 하지 않고 제각각 법안을 쏟아내다 보니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유행처럼 몰리는 일도 예사다. 안전운전 중에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시청에 제재조치를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5명의 여야 의원이 거의 비슷한 내용을 내놓아 심의 중 나란히 폐기됐다. 육군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이후에는 군 폭력 방지 및 인권 보장 관련 내용의 법안들이 백화점식으로 양산됐다.

의원입법은 각종 비리와 로비의 온상이라는 불명예도 떠안았다. 올해만 4건의 입법로비 사건을 두고 검찰이 의원을 상대로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검찰이 직업학교법 개정과 관련해 야당 의원 3명을 수뢰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등 이익단체를 대상으로 한 입법로비 의혹이 수사선상에 있다.

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규제 양산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의원입법이 많아지는 추세에서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신설을 관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규제가 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비판 앞서 구조적인 개선 나서야

의원입법은 정부입법에 비해 절차가 간소한 편이다. 정부가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의와 규제개혁위·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의결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의원입법은 10명 이상의 서명만 있으면 가능하다. 절차가 단순하니,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도 있다. 정부입법은 통산 당정 협의 절차부터 시작해 6개월 이상이 필요하지만, 의원입법은 쟁점이 없을 경우 한두 달 사이에도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다. 정부가 직접 법안을 제출하는 대신 여당 의원에게 법안 제출을 부탁하는 ‘청부 입법’이 생겨난 이유다.

의원입법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입법 건수가 곧바로 실적과 연결되는 관행도 무시할 수 없다. 입법은 의원의 본업이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의원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정활동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입법 실적을 홍보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의원입법에 대한 무분별한 비판보다는 구조적 문제를 조금씩 개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원이 법안을 많이 제출하는 것은 과거보다 국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의 결과라는 장점과 겹치기 입법의 부작용을 함께 봐야 한다”며 “입법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의원입법에도 사회적 영향 평가 등의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의원들의 입법을 도와줄 연구인력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원 지원단체인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순수 연구인력은 각각 100명 이내에 불과한 실정이다.

박세준·이도형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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